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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소백의 설원으로 초대..소백산의 겨울은 칼바람이다!-2017년12월31일

by blue13sky 2022. 8. 23.

2017년의 마지막으로 기억될 추억쌓기를 하고싶었다.

어디로 향할 것인지 행선지를 정하지 못하다가 토요일 밤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나서 정했다.

바로 여기야..흐믓한 미소를 띠며 옛 추억을 되살려보자.

지난 명지산행 이후로 발목의 멍이 지워지질 않고 계속 아팠다.

물론 그때문에 산행을 못한 게 아니지만말이다.

하루이틀 이일 저일 핑계로 미루다보니 년말을 맞이하게된 것일뿐~~~

소백산의 정기를 받고자 그리고 인연의 끈을 잇고자 소백을 찾는다.

다행히 어젯밤 연화봉에 눈발이 마구마구 날리는 것을 cctv로 확인을 한 터라 기대감도 컸다.

이번 산행은 좀 길게 하고싶었다.

안내산악회가 아닌 개인산행이므로 가고자하는 코스로 간다.

2008년도에 두 아들 승혁이랑 윤혁이를 대리고 야간산행을 했었던 코스를 밟고싶었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은 거의 가물가물한 터라 다시한 번 가보고싶었다.

오늘 산행코스는 삼가리주차장을 출발하여 비로사 비로봉 연화봉 희방사까지의 약 14km의 산행이다.

미리 마음을 굳게 다지고 또 다졌다.

소백의 겨울 칼바람을 맞을 준비도 단단히하였다.

아침 10시30분 서둘러 삼가리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비용은 4000원.

비로사입구까지 1.6km를 임도길을 따라 오른다.

이 길은 지금까지 세번째이지만 기억에 하나도 없다.

비로사입구에서 왼쪽방향으로 달밭골로 향한다.

이 길로 산행을 마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소백산자락길 초암사방향으로 갈라지는 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은 시작된다.

비로봉까지 3.3km이고 주차장에서부터 2.2km지점이다.

아직은 아이젠도 필요없고 눈도 많이 없고 바람도 많이 없다.

산꾼들도 하나 둘씩 짝을 지어 오른다.

산악회에서 온 단체 산꾼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늦은 시간때문일거라...

 

 

 

 

 

 

 

 

 

 

 

 

 

 

 

 

 

 

 

 

 

 

 

 

 

 

 

 

 

 

 

 

 

 

 

 

연말이다.

맞아...3년전 이길을 혼자서 외롭게 걸었었지.

그땐 오늘보다 더 하얀 겨울왕국이었어.

두 아들 모두 군에 맡기고 마음이 홀가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땐 배가 너무 아파서 힘을 내지 못하고 일행들과 완전히 떨어져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었지...

즐거운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기분 좋다.

그런 기억을 되살리며 언젠간 오늘 이 길도 글운 기억 저편에 자릴하게되겠지.

하얀 눈을 보니 풍덩 빠지고싶은 충동이 인다.

푸른 하늘을 수놓는 하얀 상고대는 말로 표현이 어렵다.

 

 

 

 

 

 

 

 

 

 

 

 

 

 

 

 

 

 

 

 

 

 

 

 

 

 

 

 

 

 

 

 

 

 

해발 1000m 가까이 다가갈수록 상고대는 점점 더 커진다.

아직까지도 바람은 거의 없다.

왼쪽으로는 연화봉의 하얀 머리가 슬며시 고개를 들어올린다.

오른쪽으로는 국망봉의 능선이 고개를 돌리니 이미 하얗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스패츠도 둘러맨다.

지난번의 고통은 더 이상 피하고싶다.

 

 

 

 

 

 

 

 

 

 

 

 

 

 

 

 

 

 

 

 

 

 

 

 

 

 

 

 

 

 

 

 

 

 

 

 

지금도 하얀 눈을 보면 아직도 소녀감성이 돋는다.

아무도 밟지않은 하얀눈속에 몸을 던져본다.

시원함이 묻어난다.

하얀 상고대도 한층 더 많아진다.

정상이 가까이에 있다.

사방이 온통 하얗다.

어느방향을 바라보아도 탄성이 절로나온다.

와~~~너무 좋다고~~!

 

 

 

 

 

 

 

 

 

 

 

 

 

 

 

 

 

 

 

 

 

 

 

 

 

 

 

 비로사방향으로 하산하는 길

 

 

 

 

 

 

 

 

 

 

드뎌 정상이다.

세찬 바람에 만들어진 블리자드에 하얀 눈가루들이 용솟음친다..

이 정도의 바람은 예상했었기때문에 놀랠정도는 아니었다.

1439m의 비로봉 정상에는 칼바람을 이겨내며 인증을 하려는 산꾼들이 있었고

바람을 피해 쫒기듯 내려가는 산꾼들의 표정은 안도감을 갖는 미소 가득한 얼굴이었다.

비로봉에서 바라보는 연화봉의 모습도 반짝거리고 국망봉의 모습도 하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올라 온 비로사방향

 

 

 

 하얗게 일어나는 블리자드

 

 

 

 

 

 연화봉 방향의 능선길

 

 

 

 

 

 

 

 

 

 

 

 

 

 국망봉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

 

 

연화봉으로 하산하려던 방향을 급히 바꾼다.

연화봉보다는 눈덮힌 국망봉이 보고싶단다.

지난 봄에 철쭉이 만개한 국망봉을 걸었었는데 계절이 바뀌니 또 욕심이 난다.

비로봉에서 어의곡삼거리까지 가는 능선길을 걷는것은 그야말로 힘겹다.

세찬 겨울바람이 만들어내는 소리도 무섭고

뺨을 때리는 바람은 따갑다.

그리고

세찬 바람에 휘몰아치는 블리자드에 눈조차 뜨기 힘들다.

말 그대로 바람을 이기는 자만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이길을 난 너무나도 황홀하게 걷는다.

 

 

 

 비로봉 정상의 포크레인도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어의곡방향에서 올라오는 길(오른)

 

 

 

 어의곡삼거리 가는 길

 

 

 

 

 

 

 

 

 

 

 

 

 

 

 

 

 

 

봄에는 연분홍빛 철쭉이 피어있던 그 자리에 지금은 하얀 눈꽃이 대신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망봉 향하는 이 길은 늘 똑같이 아름답다.

단지 봄에는 꽃길이었고 푸른 초원이 아름다웠었지만 지금은

온통 하얀 백설기같은 순백함의 아름다움이 자릴하고 있었다.

이렇듯 소백산의 겨울은 온통 순백함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블리자드에 휘날리는 눈가루에 태양빛도 흐려진다.

바람을 이기고 비로봉으로 향하고 있는 산객들은 한껏 움츠린 채로 걷는다.

소백산의 겨울은 참으로 매섭다.

 

 

 

 

 

 

 

 

 

 

 

 

 

 

 

 

 

 

 

 

 

 

 

 

 

 

 

 

 

 

 

 

 

 

 

 

 

 

 

 

어의곡삼거리에서 국망봉으로 향하는 능선을 내려서니

그 세차게 불어제끼던 바람도 어느새 온순해졌는지 온데간데 없다.

이젠 살았다라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잠시 쉬었다 가자.

 

 

 

 

 

 

 

 

 

 

 

 

 

 

 

 

 

 

 

 

 

 

 

 

 

 

 

 

 

 

 

 

 

 

 

 

 

 

 

 

하얗다못해 푸른 빛으로까지 보이는 순백의 숲을 지나친다.

입에서는 연신 탄성이 터져나오고.

풍경을 보고 서 있자니 갈길이 바빠지고

바삐 걷자니 풍경을 그냥 지나치기 쉽고.

이처럼 아름다운 소백산의 모숩을 가슴 한켠에 묻어두고 가야만하다니 아쉬움이 금새 그리움으로 변해버린다.

 

 

 

 

 

 

 

 

 

 

 

 

 

 

 

 

 

 

 

 

 

 

 

 

 

 

 

 

 

 

 

 

 

 

 

 

 

 

 

 

카메라에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깜깜해진 폰...살아나질 않는다.

너무 추위에 내몰렸었나?

갈 길이 바쁜데...

국망봉 가는 길에 아름다운 풍경을 놓쳐버렸다.

충전기를 꽂으면 습기때문에 분리를 하란다.

한참을 화장지로 충전단자와 usb를 꼼꼼히 닦았다.

그래도 살아나질 않는다.

오 마이 갓~~!!!

가던 길 재촉해서 국망봉정상 가기 전 초암사갈림길이 도착했다.

동행의 폰에 충전단자를 연결해서 일단은 담아보자.

나중에 확인해보니 사진의 화질이 안 좋다.

꿩대신 닭이었으니 그나마 만족해야지 뭐...

국망봉에 오르니 상고대는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볼만은 했다.

 

 

 

 

 

 

 

 

 

 

 

 

 

 

 

 

 

 

 

 

 

 

 

 

 

 

 

 

 

 

 

 

 

 

 

 

 

 

 

 

이곳도 비로봉 못지않게 아름답다.

하얀 산호석 상고대와 친구되어 한참을 놀았다.

남은 산행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무도 없는 해발 1420m인 이곳 국망봉에서는 잠시나마 내가 주인공이었다.

 

 

 

 

 

 

 

 

 

 

 

 

 

 

 

 

 

 

 

 

 

 

 

 

 

 

 

 

 

 

 

 

 

 

 

 

 

 

 

 

한참을 이리 놀고나니 갈길이 걱정이다.

산행지도상으로는 초암사 못미쳐 소백산자락길로 돌아 삼가리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나와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한없이 내려간다.

돼지바위에 도착하니 이제야 살아난 내 핸폰..

이제라도 고맙다...쓰다듬으며 마지막 돼지바위의 모습을 담는다.

이곳이 낙동강발원지란다.

이곳을 지나면서부터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냥 맘 같아선 초암사로 하산해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고 싶은데....택시요금을 40000원이나 달란다.

이크...너무 비싸요..

기사님이 20분 이상 이동하기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신다.

우린 그냥 걸어서 이동하겠다하고 끊었는데...

기사분 계속 전화하신다.

추위에 떨고 있을 우릴 생각해서 벌써 와 계신단다..

어머나~~!

이미 우린 3.1km의 소백산자락길을 걷고 있는데 어쩌라고요..

길고 긴 지루한 소백산자락길은 달밭골로 이어진다.

어느새 태양은 사라지고 둥그런 달빛이 산너머로 고개를 쑥 내민다.

급기야 폰 라이트를 켜고 걷는다.

달밭골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워져있었고 이때 시간은 6시30분을 지나고 있었다.

중간에 산행경로가 바뀌고 폰도 죽었다 살아나고 택시가 아닌 걸어서 원점을 했고....2017년 12월31일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트랭글은 17.5km였지만 거의 19km에 육박하는 산행이 끝났다.

오늘의 소백산을 어이 잊으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언젠가는 그리워 질 오늘이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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