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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오빠생각-2017년6월30일

by blue13sky 2022. 8. 23.

 

 

 

 

 

 

                                                       오빠 생각/최순애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귓들 귓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1925)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국민가요 수준에 이른 이 시를 노래한 가수만 해도 여럿이다.

그러나 이 시가 12살 소녀에 의해 씌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2511,

12살 소녀 최순애는

<오빠 생각으로 방정환이 내던 잡지 어린이의 동시란에 입선자가 된다.

그 다음 해 4, 16세 소년 이원수 역시 고향의 봄으로 이 코너의 주인공이 된다.

이리하여 수원의 최순애 소녀와 마산의 이원수 소년은 서로를 발견하고

급기야 19366월 부부가 된다. 오빠 생각고향의 봄의 만남이라고 할까.

 

 

이 시 속의 오빠는 뜸북새, 뻐꾹새 등 여름새가 울 때 떠나서

기러기와 귀뚜라미가 우는 가을이 와도 돌아오지 않는다.

오빠의 부재는 계절의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감지하도록 만든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면 계절의 변화가 그토록 새삼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오빠는 부재함으로써

오히려 옆에 있을 때보다 더욱 풍부한 존재감을 선사한다.

오빠를 기다리는 누이는 도처에서 오빠를 본다.

뜸북새, 뻐꾹새, 기러기, 귀뚜라미 소리들은 이 부재하면서 현존하는 오빠의 대체물들이다.

이 시가 지금까지도 우리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오빠'라는 단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오빠는 누이가 있어야 성립되는 개념이다.

오빠는 항상 누이의 오빠다.

 

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한한 연약함, 끝없는 보호,

그러면서도 한없이 정결한 그 무엇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빠라고 불리는 순간 우리 모두는 누이를 보호하느라

쓸데없이 진지해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춘기 소년,

그 태초의 순결한 소년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오빠가 돌아오기를, 비단구두를 사오기를 기다리며

'아기 버선 한 짝에 밤이 깊어도 발 벗고 추워 떨던

어린 내 동생 좋아 날뛸 생각에 잠도 안 오네'

 

그림자)라고 노래하는 누이는 모든 오빠들의 로망이다.

소년들은 자라 어른이 되고 반백의 중년이 되며

어느 날 하얀 머리의 노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빠는 영원하다.

이 시는 우리들의 무의식에 가라앉아 있는

바로 그 오빠들을 불러내는 애절한 교향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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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12월 음악시간이었다,,아니 쉬는 시간이었나?

햇볕좋은 곳에서 놀고있을 때 옆집에 사는 이모가 찾아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빠가 죽어서 엄마가 그곳에 갔기때문에 동생들을 돌보와야한다고 했다.

선생님께 울먹이며 어린 나는 말했다.

진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철도공무원이되어 충남 광천역으로 떠난 오빠를 뒷바라지하라고 엄마는 전날 언니를 데려다주고 왔었다.

하룻밤사이인데,,,,,

오빠는 그렇게 세상을 너무나도 쉽게 빨리 등지고 말았다.

 

그 후로 나는 오빠생각을 하모니카로 연주하면서 두 볼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벌써 43년,,,,,

오빠생각은 지금도 나의 얼굴을 얼룩지게만든다.

이 시간쯤이면 논 둑 어딘가에서 뜸북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었는데,,,,,

이젠 모든 게 그리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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