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기승을 부린 한주다.
남쪽에선 연일 눈이 펑펑 내렸다는 뉴스다.
쌓여있는 하얀 눈을 보면 지금도 마음이 가슴이 뛴다.
생활함에 있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만.
이번 주엔 어디로 갈까?
산행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차를 갖고 이동하면 쉽겠지만 그럴 생각이 없어보인다.
마음같아선 덕유산 무등산 대둔산 속리산 내장산...
눈이 수북하게 쌓인 이런 산들이 보고싶었는데 좀처럼 기회가 다가오지 않았다..
덕유산가는 산악회들은 이미 꽉 찬 상태였고.
그러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평소 다니던 안내산악회가 행선지를 강원 함백산에서 덕유산으로 바꾸었다.
옳거니~~!
이건 덕유산에 가라는 신의 계시다..
푸흡~~~
덕유산에 간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
처음에는 안성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여 동업령을 거쳐 백암봉 중봉 향적봉 백련사를 지나 무주구천동길을 걸어 삼공리주차장까지 가는 거였는데
너무 많은 등산객들로인해 시간이 많이 걸릴것 같다며 달리는 버스안에서 코스를 바꿔버린다.
이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랴..이미 덕유산에 다 와 가고 있는데.
그리하여 오늘도 걷기 싫은 무주구천동길을 오고가게 되었다.
오늘 산행 코스는 삼공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향적봉 중봉 오수자골 다시 무주구천동길이다.
하얀 눈덮힌 덕유평전을 걷고싶었는데...
하얀 눈덮힌 능선길을 걷고싶었는데...아쉬움이 크다.
주어진 시간은 8시간 거의 20km육박하는 강행군이다.
처음 시작부터 무지막지하게 사람들로 북적이는 임도길을 따라 6km를 걷는다.
무주구천동 계곡에는 눈이 수북하다.
백련사를 지나고 향적봉 오르는 길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다.
엄청난 눈이 나를 반겨주기때문이리라.
백련사 오르는 계단. 난 옆길로 우회해서 들어간다.
향적봉 오르는 길에 드뎌 능선이 보인다.
하얀 눈이 만들어 준 쇼파의자
대한민국의 눈은 모두 여기에 모였나보다.
허리춤까지 빠지는 눈속에서 마냥 즐겁다.
눈과 하나되어 오르다보니 어느새 향적대피소에 와 있다.
수많은 등산객들로 수 놓아 진 향적대피소.
여기저기 음식냄새가 가득하다.
하얀 눈으로 둘러싸인 이곳이다.
향적대피소
온통 하얗다.
겨울왕국에 들어 섰다.
울긋불긋 산객들이 꽃이다.
간단하게 점심과 커피 한 잔으로 요기를 하고 향적봉으로 오른다.
정상석인중을 하려는 줄이 길게 드리워져있다.
우린 정상인증은 패쑤~~^^
갈길이 바빠요.
첨엔 설천봉에 들릴려고 했었는데 오고가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그래서 그곳도 패쑤~~
멋진 장면을 보려면 얼른 중봉으로 가야지..
향적봉 오르는 길
흰 눈으로 덮혀버린 행적대피소
덕유산엔 대학시절부터 올랐다.
그땐 산이 뭔지도 모르면서 올랐고
지금과는 사뭇 많이 달랐다.
향적봉 정상에 오르면 청보랏빛 용담이 피어있었고 지금처럼 사람이 많이 없었다.
벌써 몇번째 찾아오는 지 모른다.
멀리 가까이 보이는 능선들이 너무도 아름답다.
이리저리 둘라봐도 온통 하얀 이 곳 덕유산.
오늘은 날씨가 너무도 좋았다.
그간 한파는 언제였던가?
추위는 온데 간데 없고
푸른 하늘에 바람도 잔잔한 봄날같은 겨울이다.
대신 멋진 상고대는 없었다.
목화솜처럼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바닐라아이스크림처럼
나무에 살포시 앉아있는 눈꽃만이 있었다.
겨우겨우 정상석만 찍고
향적봉에서 바라 본 설천봉
덕유산 정상에서 보이는 남덕유의 뾰족한 봉우리가
지리산 천왕봉의 봉우리가 선명하다.
볼수록 아름다운 산그리메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중봉 가는 길로 들어서니 지금까지 보았던 것과는 또 다른 세상이다.
지난 여름엔 이 곳에 노란 원추리로 가득했었는데
지금은 하얀 눈으로 덮혔다.
눈이 시리도록 하얀 눈.
어찌 표현할까?
적당한 단어가 없다.
위대한 자연현상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언어이다.
며칠동안 쏟아진 눈이 수북하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늘 멋지다.
이 멋진 아름다운 공간안에서 하루를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눈과의 즐거운 데이트때문에.
덕유산 중봉은 하얀 눈세상이다.
푹신푹신한 목화솜을 깔아놓은 듯 새하얗다못해 눈이 부시다.
오늘 산행의 최고의 설경은 중봉가는 길에서다.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눈은 마치 하얀 솜사탕같다.
한 움큼 가득 손에 담아 먹고싶은 충동이 인다.
자연이 만들어 준 선물 앞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도 행복이리라.
처음 올라올때의 힘듦은 언제냐는 듯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역시 인간의 망각의 존재.
중봉에서의 이런 모습을 봤더라면 아마도 모든 사람이 나와 같지 않을까?
살아천년 죽어천년 주목에도 하얀 눈이 소담하게 내려앉았다.
오늘은 자연이 내주는 모든 내가 소품일뿐이다.
소품이지만 주인보다도 더 주인공답다.
완전히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이런 순간이 그냥 좋다.
고사목에도 멋지게 하얀 눈이 내렸다.
중봉이 다가온다.
아마 이번 산행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낸 곳이 이곳아닌가싶다.
온 세상 모두가 하얗게 흰눈에 덮여있네~~라는 동요가 딱 맞다.
언제가나?
걱정하지도 않는다.
아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좋은 이쁜 풍경을 두고 가야한다는 게 가장 아쉽다.
이제 진짜 중봉에 거의 다 왔다.
어휴~~~
사진도 많이 찍고 구경도 많이 하고
눈이 다 시원하지고 말끔해지는 순간.
오늘 안구정화는 확실히 하고간다..
드뎌 덕유평전이다.
드넓은 이곳에 다가 올 여름에 노란 원추리가 만발하겠지.
자줏빛 비비추랑 여러 야생화의 천국이 될 이곳 덕유평전은
지금은 꽁꽁 얼었다.
하얀 눈이 마치 이불을 덮어주어 추위와 찬 바람을 막아주는 듯하다.
덕유평전엔 바람이 세차다.
오늘 산행중에서 가장 센바람을 맞는다.
멀리 남덕유봉우리가 하얀 모자를 뒤집어쑨 채 뾰족하게 우뚝섰다.
백암봉 가는 길
오늘 산행의 정점을 찍고 이젠 하산만이 남았다.
지금이 3시 40분.
6시까지 하산완료를 해야한다.
떠나기 전 다시 한번 덕유평전의 모습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다.
오수자굴에서 올라오는 길
중봉에서 오수자굴꺼지는 1.4km.
하산길이니 빠르게 내치닫는다.
오수지굴까지 가는 길에도 눈은 수북하다.
오수자굴...오수자라는 스님이 득도했다는 굴이다.
거꾸로자라는 고드름이 많았다.
오수자굴에서 백련사까지는 2.8km.
쉼없이 걷는다.
볼거리도 없고 힘들어.
백련사에서부터 삼공리주차장까지 6.1km
이런 임도길을 왕복 12km나 걸으니...
다신 걷고싶지 않은 길이다.
여름이면 계곡물소리가 있을 것이고 가을이면 예쁜 울긋불긋 단풍이 있을것인데...
어쨌든 걸어야 끝이 나겠지.
꾹 참고 걸었다.
총 20km가 넘는 산행길이다.
백련사에서부터 중봉까지는 겨우 4km가 안되는 길이다.
힘든만큼 즐거움 또한 많았던 덕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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