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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설악으로 간다.-매서운 똥바람과 하얀 눈으로 뒤덮힌 설악 서북능선

by blue13sky 2022. 8. 12.

설악산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지고 통제까지 이어졌다.

눈이 얼마나왔길래...

19일..오늘은 쉬는 날이 아니니 설악산처럼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산행은 할수가 없다.

하지만 조심스레 겨울 설악을 꼭 한 번 맛보고싶다고 졸랐다.

토요일...손님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밤 10시가 지나니 다 가버린다.

아오~~기회다.

11시까지 기다려도 들어오지 않는다.

아니 들어오지않기를 진심으로 바랬다.ㅋㅋ

이건 하늘의 계시야..

김밥 두 줄과 컵라면과 커피 그리고 간식거리를 후다닥 준비하고 밤 12시가 조금지나 설악으로 차를 몰아간다.

아침 먹을 곳이 없으니 가다가 휴게소에서 대충 사 먹고.

남설악오색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니 3시가 조금 지났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올라간다.

7명의 산객이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부시시 잠에서 깬 공단직원이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와 문을 열어준다.

어두컴컴한 오색의 계단을 힘차게 밟으며 올라간다.

계곡의 물소리도 함께 우렁차다.

 

산행일 : 1월19일

산행코스 : 오색-대청봉-중청-끝청-한계령

 

 대청봉 올라가기 전 이때까지만해도 바람은 그닥 위협적이지 않았다.

 

 웃고 있지만 웃는게 아니야.

 

 중봉을 덮어버린 운무들...참 밉다 미워.

 

 중봉으로 내려가다가...바람아 멈추어다오를 외쳐본다.

 

 온 몸으로 무서운 똥바람을 맞아본다.

 

 장갑을 벗기만해도 손가락이 끊어져나갈 듯한데...

순간은 한 번이니 남겨야 재산이 되는 듯하잖아?

 

 중봉을 지나가면서 얼음꽃위로 하얀 눈이 살포시 감싸고 있다.

 

서북능선길의 바람은 대청봉의 똥바람에 비하면 순한 양이다.

 

 약하지만 상고대와 마주한다.

 

 끝청에서...안 얼어죽으려고 옷을 몇개나 껴 입었는지 완전 뚱뚱이가 되었다.ㅎㅎ

 

 반갑다,,반가워...열을 식히는 중.

 

 그리다 만 수묵화에 빨간 색으로 강조한 듯하다.

 

 희미한 실루엣 같은 풍경들

 

 바위가 옆으로 기울었으니 나도 함께 보조를 맞춰본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4시 46분..쉬지않고 올라왔더니 1.8km 왔단다.

 

 

 

 5시 23분...에휴~~힘들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칠흙같은 어둠속을 뚫고 걸어간다.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컴컴한 어둠속을 걷는 산행은 가장 싫어하는 나이지만 오늘만은 어쩔 수 없다.

잠 한 숨 못자고 달려와 산행을 마치고 다시 가게로 가서 일해야한다.

4시에 산행을 시작했으니 대청봉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한계령휴게소에 12시 도착..오늘의 시나리오다.

구름속을 뚫고 하현달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하고

별들도 보이니 일출은 만날 수 있을거라 꿈을 꿔 보기도한다.

산행시작 1.8km를 지날때부터 바닥에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7시 08분..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한다..

 

 7시 24분...아주 잠깐 사진 찍을 새도 없이 동쪽하늘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금새 사라졌다.

 

 일출은 포기하고 눈과 놀다가기로...

 

 운무가 이 정도만 됐어도 좋았을텐데

 

 일출이 시작되었는지 희미하게나마 붉은 기운이 남아있다.

 

 대설주의보라했는데 눈은 생각만큼 많이 없다.

 

 눈이 쌓인 곳에 들어가보는데 밑은 얼어있고 전날 내린 눈만 위에 쌓여있다.

 

 앉아봐도 푹신하지가 않다.

 

 엉딩은 시원합니까?

 

 운무가 걷혀주면 좋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듯하다.

 

 얼음꽃이다.

 

 바람에 부딪히며 땡그렁땡그렁...청아한 소리가 마치 풍경소리마냥 좋다.

 

 동쪽하늘은 이 정도

 

 지난 주에 이어 하얀 눈을 보니 반갑구먼.

 

 이 정도는 해줘야 반기는 표정이지.

 

 

대청봉에 거의 다다랐을때부터는 나무에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동쪽하늘을 보니 아주 잠깐 여명이 비치는가싶더니 이내 사라지고 태양은 오리무중이다.

중무장을 단단히하고 대청봉에 오르니 바람이 말도 못하게 불어댄다.

소백산에서 뺨 맞은 바람이 이곳 대청봉에와서 화풀이 하는 듯하다.

서 있기도 힘들고 춥기는 또 어떠랴.

사방은 시커먼 운무로 가득하니 조망은 하나도 없다.

대청봉 인증만하고 나도 모르게 발길은 중봉으로 향하고 있다.

 

 잠시 눈밭에서 놀고간다.

 

 바람도 눈밭도 시원하고 좋다...거짓말이라고해도 난 그렇다고요.

 

 구름은 점점 더 두꺼워져만가고

 

 올라 온 길

 

 올라가는 길..대청봉이 코앞이다.

 

 화채봉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잠시 후 대청봉에서의 바람은 생각지도 않고 눈 구경만 하고있는데

 

 드뎌 대청봉..짙은 구름을 뒤로하고 바람이 워워~~~!

 

 아무리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쳐도 인증은 해야지요.

 

 바람이 숨을 헉헉거리게 만든다.

 

 이렇게 앉아서 바람을 이겨본다.

 

 주변 풍경이 없으니 그대로 중청으로 내뺀다.

 

 아~~아무리 추워도 나는 남아서 추억을 남겨야지

 

 대청에서 인증하는 산객들

 

 중청이 시원하게 보인다.

등로는 하얗게 이게 길이요,,,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도망가다 잠시 사진 찍어달라고 서 있네.

 

 모자가 바람에 날아갈 거 같아 두 손으로 꼬옥 감싸쥐고

 

 사진 두 방 찍고...손가락이 깨어질 듯...얼른 핫팩으로 감싸고

 

 

아깝다.

하얀 눈으로 이불을 덮은 공룡이나 봉우리들을 만나고싶었었는데 환상이 바람과 함께 모두 사라졌다.

그렇다고 그냥 내려가기도 아쉽고해서

그냥 마구잡이로 폰카에 담아본다.

바람은 자꾸만 나를 밀어낸다.

순간 휘청하면서도 웃음도 나오고...

으악~~멋진 놈 설악이다.

 

 내려가다 서 있으면 사진 찍어달라는 거 맞쥬?

 

 풍경을 좀 더 보여줬으면 좋으련만...

 

 중청도 점점 먹혀들어간다.

 

 

 

 눈 보이죠? 시원하다고하면 거짓말이라하겠지만,,,시원합니다.

 

 중청대피소가 사라졌다.

 

 다시 올라와요..

 

 암튼 오늘 산행에서 중청으로 내려가면서 바라 본 풍경이 가장 멋지다.

 

 바람에 카메라가 흔들린다.

 

 

 

 어느새 대청봉도 운무에 가려졌다.

 

 

 

 바람을 이기려고 노력중

 

 줄에 걸려 넘어졌다..순간포착 지대루네

 

 

 

 아~~~소리 질렀는데 안들리나?

 

 

 

 중청대피소를 다시 바라보며

 

 모자 쓰는 중이야.

 

 

바람을 이기고 중청으로 도피히다시피 했다.

예상시간에 거의 맞춰서 내려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20여분 휴식을 취하면서 밖을 보니

바람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대청봉은 운무에 가려졌다.

무한정 이곳에 있을 수 없으니 바람이 겁나지만 한계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바람이 불어대도 너무 강하게 불어댄다...위이잉~~~!

 

 

 

 서둘러 중청대피소로 들어간다.

기온이 영히 11도에 근접했고 풍속이 초속 11m..이쯤이면 체감온도는 영하 34도란다.

바람이 살이 노출되는 순간 손 시려운 게 아니라 에리고 아프다.

중청대피소에서 20여분간 머무르다보니 땀이 식으면서 더 한기가 몰려온다.

서둘러 빠져나온다.

 

 서북능선 가면서 바라 본 중청대피소.

 

 이곳이 눈이 더 많이 쌓여있다.

 

 사진 한 장 박고...내려오던 산객 한 분이 자기도 찍어달란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사진 부탁하는 게 ...

 

 쌓인 눈 위로 상고대가 아주 쥐똥만큼 보인다.

 

 

 

 

 

 작년 이곳에서 많은 야생화를 만났었는데 올해도 봄이되면 이쁜 꽃들이 많이 피어나길 바래본다.

 

 

 

 하지만 잡목처럼 뒤엉킨 나무에 쌓인 눈이라 이뻐 보이진 않는다.

 

 

 

 중봉을 넘어가는 순간 눈이 소담스럽게 쌓여있으니 그냥 지나가지 못하겠다.

 

 오늘은 눈 소식은 없었고 날씨는 흐리다했으나 눈이 내릴 기세다.

 

 작은 나무에 찬 바람이 쌔앵쌩 불어대니 상고대는 점점 커질 듯하다.

 

 나무에 매달려있는 얼음꽃들.

 

 

중청을 넘어가는 동안 바람은 피할 수 있었다.

키가 작은 나무는 하얀 눈을 솜이불마냥 덮고 있다.

하늘은 아직도 열릴 새가 없이 사방이 운무로 가득하다.

 

 중봉의 진달래를 덮고있는 얼음꽃과 눈.

 

 상고대가 아닌 얼음꽃이다.

 

 

 

 

 

 

 

 보기만해도 추위가 느껴지네요.

 

 

 

 

 

 

 

 

 

 

 

 

 

 

 

 

 

 

대청봉에서의 조망이 아쉬워 자꾸만 뒤돌아본다.

서북능선을 걷는동안은 바람은 피힐 수 있었지만 역시나 조망이 아쉽다.

하얀 눈이 쌓인 풍경을 담고싶은데 맘처럼 쉽지가 않다.

그렇게 눈이 덮힌 풍경과 시름하다 끝청에 닿는다.

 

 

 

 

 

 

 

 이곳에도 상고대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나무는 하얗게 변신하는 중이다.

 

 

 

 아주아주 얕게 만들어진 상고대,,,내일이면 날씨도 좋다하니 상고대가 멋지겠다.

 

 

 

 

 

 하얀 자작나무에도 눈이 쌓였다.

 

 투명한 얼음꽃

 

 

 

 동쪽 하늘이 살짝 열리는 듯하다.

 

 

 

 조망이 없어도 그냥 좋다...왜? 설악이니까.

 

 

 

 끝청에 왔다.

 

 

맑은 날 이곳 끝청에 서면 보여줬던 능선과 바위들의 조화로운 모습을 떠올리며 또 아쉬움이 밀려든다.

서북능선길을 내려가는 사람은 오롯이 우리 둘뿐

올라오는 산객들을 하나둘 만난다.

대청봉에서 한계령까지 8.3km.

중청에서 한계령까지는 7.2km다.

하얀 눈을 밟으며 오늘도 발걸음 가볍다.

 

 끝청에서의 조망은 말해서 무엇하야,,하지만 오늘이 이게 전부다.

 

 

 

 

 

 

 

 내려가다가 흔적 좀 남기고

 

 나도 흔적 남기는 중...

 

 

 

 하얀 눈이 시원해요..열을 식히는 중.

 

 급경사길을 내려갑니다.

 

 

 

 

 

 

 

 

 

 그래그래...눈이 수북하게쌓여있으니 이런 놀이도 해야쥥..

 

 그런데 눈 아래는 얼음이 꽁꽁...푹신하지않다.

 

 

 

 

슬슬 배가 고파온다.

바람을 피해 컵라면에 물을 붓고 감말랭이도 먹고 허기진 배를 채운다.

하늘의 색이 점점 거무튀튀하게 변해간다.

꼭 눈이 내릴 기세다.

 

 

 

 나뭇가지인데 꼭 강아지 닮았단다.

 

 그림자놀이

 

 하얀 눈 언덕

 

 등로는 사람이 많이 다닌 흔적이 다분하다.

 

 사방이 시커멓게 보이니 꼭 저녁시간같은데...아직 10시밖에 안되었다.

 

 

 

 하늘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있다.

 

 

 

 

 

 

 

 

 

 

 

 특별히 조망이 없는 서북능선인데 가끔 이렇게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뚜렷한 씰루엣이 없이 흐리멍텅한 풍경이지만 나름 익숙한 풍경을 찾아내려고 두 눈에 힘을 주어본다.

강력한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덮고있는 회색빛 하늘을 걷어내고 싶다.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서북능선길이 아니니 답답하기만하다.

 

 뒤로 보이는 용아의 암봉들

 

 찬 바람에 노출되니 얼굴이 빨개졌다. 대신에 열도 팡팡~~!

 

 

 

 이곳에서의 풍경도 멋졌었는데...과거만 회상한다.

 

 

 

 마치 수묵화처럼 검은색과 흰색만이 남아있는 풍경들.

 

 정신줄 놓는거같네..표정이.

 

 

 

 

 

 나처럼 웃어봐요,,,활짝~!

 

 그냥 내려가면 재미없지..한 장 박고가요.

 

 잇힝??눈 감았대요.

 

 나무에 내려앉은 하얀 눈을 바라본다.

 

 눈이 이만큼 쌓였어요.

 

 잠시 보이는 가 싶더니 금새 사라지는 암봉들.

 

 눈도 내리고 바람도 불어오고 끝까지 웃고.

 

 가을이면 이 암봉 사이사이로 붉은 단풍이 이뻤던 기억인데.

 

 

 

 

 

 바위와 함께 세트촬영.

 

 

 

 역시 겨울 눈이 내릴때는 거대한 주목이 있어야 분위기가 산다.

 

 멋진 조망처이지만 오늘은 회색빛만 보일 뿐.

 

 한계령삼거리에 다 와간다. 힘을 내보자구.

 

 뵈는 게 없네요.

 

 한계령삼거리를 지나면서 바라 본 귀때기청봉 올라가는 곳의 바위들.

 

 

한계령삼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있다.

조금씩 눈도 흩날리기 시작한다.

대신 아주 쪼끔만이라도 보였던 조망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눈이 눈에 들어가니 눈물도나고...ㅎㅎ

그러는동안 한계령삼거리를 지나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 시간에도 올라가는 산객들이 눈에 띈다.

한계령삼거리 도착시간이 11시 24분.

12시까지 하산완료하기로했는데 약간은 무리일 듯하다.

대청봉으로 올라가는 산객들에게 조망이 없고

바람 너무 세차게 불고 상고대 하나두 없다고 말을하니 과감하게 그냥 하산을...

너무 현실적으로 말하준건가?

산행을 하든 안하든 그 사람들의 맘에 달렸으니까...

어쨌든 맘은 편해진다.

얼마 안 남았으니까.

하지만 길고 길다.

어휴~~~드디어

올라올 때와는 다른 서북능선길의 최후를 맞이한다.

12시 30분 하산완료다.

일출도 하얀 상고대도 거기에 시원한 조망도 기대에 못 미친 산행이다.

강력한 태풍급의 바람만 있고.

하지만 하얀 눈은 실컷 만져봤다.

 

 이 자리에 서면 멀리 가리봉 주걱봉이 보여야하는 곳이다.

 

 

 

 

 

 한계령삼거리를 지나 내려가는 계단

 

 쓰러지려는 나무를 막대기로 괴어놨지만 언제 더 쓰러질 지 모르겠다.

 

 이 나무가 보이면 다시 오름길이 시작된다.

 

 마지막까지 웃어보자.

 

 눈도 내리고 바람이 불어대니 눈보라가 일어난다.

 

 남은 1km가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점점 눈이 굵어진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모자도 하얗게 변해간다.

 

 다 내려왔다.

 

 흘림골의 칠형제봉바위들

 

 한계령휴게소에서 바라 본 풍경

 

 

 

대설이 내렸다는 말에

이것저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설악으로 향했다.

새벽 4시 요땡~~!과 동시에

오색을 출발.

대청봉에서 일출은 꽝!!!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은

소백에서 뺨 맞고 설악에서 화풀이하는건가?

자꾸만 내려가라 내려가라하네.

바람에 떠밀려 중봉으로 도피한다.

나무에 매달린 얼음꽃은

서로 부딪치며

청아한 소리로 띵그렁띵그렁~♥

하지만

하늘은 허락할 기미도 없이

하얀 눈이 자꾸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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