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속리산에서 부상(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당한 팔목이 아직도 온전하질 못하다.
그렇다고 그냥 지내기에는 좀 그렇고.
벌써 보름이나 지나가는데.
지난 번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도 구들장과 친구되어지냈다.
한동안 왼손이 내 몸의 주인이되어 모든 걸 서투르게 지배해왔다.
내 몸이 산에 대한 기억을 잊기전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그래서 가장 만만한 원효봉에나 올라가잔다.
그러고보니 어딘가 불편할때에는 늘 원효봉을 찾게되네.
그동안 강추위에 하늘은 파랗게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었는데 오늘은 기온이 팍팍 올라가니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이되었다.
산행일 : 12월 22일
산행코스 : 산성입구-원효봉대슬랩-원효봉-신둔계곡-주차장
원효봉에 간다니 별 생각없이 가볍게 나섰다.
북한산 둘레길 내시묘역길을 따라 걷다가 전주이씨 묘를 지나기전 월담을한다.
왜냐면 원효봉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피해가고파..
요즘 코로나19 감염자가 너무 많이 나온다.
특히 내가 사는 고양시와 직장이 있는 파주시에서 전달되는 안전문자는 하루에 네다섯개씩이다.
어림잡아도 하루 3,40명은 거뜬하게 나오는 듯하다.
이젠 무섭기까지하니 사람들 만나는 게 반갑지만은 않다.
가게 영업은 말하나마나지.
자영업아닌 사람들은 설마?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현실이다.
어떨때는 만원..어떨때는 오만원..좀 많다싶으면 십만원이다.
이러다 굶어죽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북한산성의 북측면을 바라보며 걷는다.
서암문...조선 숙종때 축조되어 비상시 물자를 반입하는 통로였고 때론 성내의 죽은자들을 내보냈다하여 시구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서암문을 빠져나와 정규등로를 버리고
계단길로 오르면 원효암으로 오를 수 있지만 사람을 피해 오른쪽숲길로 들어간다.
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다져진 길을 따라 가다보면 조망이 터지면서 의상봉의 우뚝 솟아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서히 바윗길이 시작되고
의상봉의 북측면에는 하얀 눈이 쌓여있다.
원효봉아래 치마슬랩도 보이고
서암문을 지나면서 어랏~~
또 샛길로 들어선다.
원효대슬랩을 지나가자고한다.
너무 편하게 생각하고 신발도 그냥 트레킹화..
신발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더 힘들다.
아니 아직은 지난 번 사고생각에 바윗길에 대한 울렁증이 남아있다.
그리고 아무리 따뜻한 오늘이지만 겨울이잖아.
미끄러운 바윗길은 아니되오.
어렵게 원효대슬랩을 오르고 비교적 편안한 길을 따라 올라간다.
바위는 되도록이면 피해서..아직은 정상이 아니라서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건 힘들다.
평소대로라면 거뜬하게 오를 수 있는 원효대슬랩인데 오늘은 버퍼링이 늦다.
오른쪽 왼쪽 지그재그로 다니는 것보다는 직빵으로 오르면 더 좋지않나요?
오르다 멈추고 다시 바라보고 오랜만에 바윗길을 밟으니 좋구만.
의상봉 아래 무량사...의상능선도 바라보지만 노란빛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원효대슬랩을 다 올라와서...저기 보이는 원효대까지는 곧바로 오르지않고 또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한참을 원효봉의 거대한 암봉의 아랫도리를 돌아가며 올라간다.
전에는 너무 쉽게 만났던 바위도 오늘은 힘들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으메~~기가 팍팍 죽는다.
ㅎㅎ
마치 약올리듯이 바위에 스리슬쩍 올라가는데
고거는 나도 오를 수 있답니다.
보기보다 엄청나게 큰 굴처럼 생긴곳이다.
비나 바람을 피하기는 딱 좋은 곳이다.
슬슬 바윗길로 오르기 시작하고...생각만큼 어려운 곳은 아니기에 쉽게 오른다.
원효봉 치마바위에 있는 물바위상단...전에 돌아다녔던 암릉길이지만 오늘은 모두가 passing~~
길게 코를 늘어뜨리고 있는 코끼리바위를 지나서...올라가보라고 자꾸만 자극하네...
돌고 돌아 드뎌 양머리바위와 만났다.
건너편 의상봉의 북측면에는 하얀 눈이 쌓여있다.
미세먼지는 많지만 이렇게라도 봉우리들의 모습을 마주하니 기분 참 좋다.
양머리바위...다른 바위에비해 하얗다.
눈도 그럴싸하게 보이고
곱슬곱슬거리는 털모양도 그렇고
암튼 희한하게 만들어졌음.
오른쪽 바위사이로 들어왔고 왼쪽으로 넘어간다.
작은 종이에 누군가 용(龍)이라고 써 놓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의상봉은 두루뭉실하게만 보인다.
오랜만에 바위들과 손을 잡으니 기분도 짜릿하고 좋긴하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여기저기 올라본다.
나는 서서 기다리고 오빠는 저곳으로 슝~~
그럼 나도 가 봐야지,,나도 슝~~
의상능선과 문수봉 보현봉도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있다.
정규등로에 올라와 원효대로 향한다.
원효대사가 이곳에 앉아 건너편 의상봉에 앉아있던 의상대사와 대화를 나누었다는 암봉이다.
원효대사는 원효암에서 의상대사는 국녕사에서...두 고승의 숨결이 스며든 북한산이다.
보이는 바위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원효대..오른쪽 바위를 붙잡고 지나가면 원효대아래..
왔다갔다하면서 서로 품앗이 사진을 담아주고
원효대에서 바라 본 염초봉과 백운대
시야는 흐리멍텅하지만 북한산의 봉우리들의 멋짐은 감출수가 없다.
오랜만에 바라보는 북한산의 풍경들...역시 정겹다.
원효대...사방이 탁 트인 저 암봉에 앉아서 원효는 좌선을 하고...
나도 저기 앉아 좌선을 하고 참선을 하면 뭔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인상파
성벽을 따라 올라가면 원효봉이지만 여기서도 오른쪽 숲길로 들어간다.
원효대 아랫쪽으로 내려가니 좀 전에 올랐던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다시 그 바위까지 내려가서 한 컷 두 컷..
그리고 원효봉으로 올라간다.
또 갔어요,,저기에
나도 갔어요...따라쟁이.
원효봉아래 테라스.
원효대의 또 다른 모습을 담아주고
볕 좋을때는 한 숨 자고가기에 좋은 곳이다.
이제 원효봉으로 going~~
점점 살이 찌고있는 중...하늘 높은 줄은 모르고 땅 넓은줄만 안다는...ㅎㅎ
원효봉의 바위들과 한바탕 놀아주기
역시 원효봉에서 올려다보는 삼각산의 봉우리들은 멋지다.
어느 하나 허투루 놓여져있지않은 암봉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백운대와 만경대 노적봉의 모습
안제와도 누가봐도 그 멋스러움은 어찌할 줄 모른다.
만세를 외쳐도 좋구
오늘이 지나고 며칠이 더 지나면 내 손목은 나아질까?
클쑤마스도 다가오고
연말 연시도 다가오는데
기분은 나질 않네요.
이러다 우울증 걸리는 건 아니겠지?
얼굴엔 아직도 작은 흉터가 남아있고 왼쪽 정강이도...여자 다리가 이게뭐얌..
여름날 치마입기는 틀렸다고요..
그래도 꿈 꾼다..봄날..여름날 가을날에 다시 저곳에 저 봉우리에 올라있기를~~
원효봉에서 더 구경하고 쉬고싶었다.
하지만 사람도 많고
아무리 기온이 올랐다해도 겨울바람이지않은가?
썩어도 준치라했으니..찬바람을 굳이 맞고 있을 수야없지요.
성곽을 따라 내려가다 무너진 성벽 너머로 내려가기로한다.
길이 뭐 이리도 좋다냐? 하면서 룰루랄라...
하지만 이 길도 오늘의 나에게는 아니올시다...
완전 겁 먹은 나다.
그리고 이어지는 계곡길...신둔계곡이라한다.
내려와서 둘레길따라 걷는다.
신둔계곡으로 내려가다 유일하게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준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염초봉의 솟아오른 모습이 어마무시하구만.
뾰족한 염초봉너머로 백운대가 빼꼼히 고갤 내밀고 만경대도 조금이나마 고갤 내밀며 인사나눈다.
올 해 처음으로 눈도 뿌려보고
신둔계곡에서 만나는 신둔릿지?? 비누칠해놓은 듯 미끌미끌하다.
오른쪽으로 안전하게 길이 나있으니 내려가면서 구경하고
어쨌든 겨울엔 슬랩은 피하고파요.
흘러내리가 얼어붙은 폭포수
계곡을 건너 길따라 나가면 둘레길과 만난다.
신둔계곡을 내려와서 올려다 본 원효봉의 원효대
둘레길따라 오늘산행을 마친다.
원효봉 살방살방.
팔목은 아직도 아프고 이젠 바윗길도 무섭다.
그렇게 맑고 푸르던 하늘이 기온이 올라가면서 미세먼지 가득한 짙은 회색빛이 돠어버린 오늘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북한산의 봉우리들을 보고나니 숨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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