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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명성산 은빛 물결 출렁인다.

by blue13sky 2022. 8. 10.

가을을 즐기려 억새구경을 떠나본다.
원 계획은 영알의 드넓은 평원을 보고싶었는데 날씨가 안 좋다.
두번째 설악의 단풍을 마중하고팠는데 역시나 그곳도...
그래서 가까운 명성산으로...
궁예의 울음소리는 들리지않고 억새의 은빛 물결속으로 여인네들의 웃음소리만 울려퍼지더라.

산행일 : 9월26일(일)
산행코스 : 주차장-팔각정-삼각봉-팔각정-등룡폭포-주차장

 

 

 

 

 

 

 

8시30분인데 상동주차장은 만차고 안으로 쑥 들어가 임시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평소 다니지않는 쪽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처음 정규등로 산길은 아주 넓고 좋았는데 어느곳에서부턴가 커다란 암봉밑을 지나가고 급기야 길은 사라지고 없더라.
숲속을 지나면서 노루궁뎅이와 겨우살이를 만났다.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명성산...오른쪽 암봉 사이로 올라간 것 같다.

바위에 내려앉은 바위떡풀이 가득 피어났고

투구꽃은 살포시 속살을 드러내고있다.

음...자인사에서 올라가는 길인가보다...억새밭까지는 1.8km니 금방 올라가겠군...처음에는 그랬다.

그런데 가다보니 점점 바위들이 많이 보이고 계곡을 타고 오르는 듯...하지만 띠지가 안내를 하고 잇으니 잘 못 된 길은 아니리라.

간혹 이렇게 로프기 길게 드리워져있으니 걱정은 전혀 하지않고 오른다.

그러다 올려다보니 좀 전 주차장에서 올랴다봤던 암봉밑을 기어오른 것이다.

다시 이런 곳으로 기어올라가고

기름나물...

가을의 전령사 구절초가 얼마나 많이 폈던지.

어느정도 올라가니 멀리 산정호수가 내려다보인다.

분취

이만큼 올라오면 길이 있을거라 생각했건만 지금까지의 흔적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이 암봉을 돌아 올라가기로하고 일단 아래로 내려가는데...멧돼지 울음소리가 들려 허겁지겁..

옆에는 멧돼지 목욕탕이 있고 그 와중에 난 바위떡풀과 인사나눈다.

봄에 하얀 꽃속에 숨어있던 암술은 가을엔 이렇게 빨간 열매를 맺었고

길은 없으니 그냥 야생으로 내려갔다 또 올라간다.

그러다 이 녀석들을 발견하고 우하하하~~~

이곳으로 올라가면 길이 있을거라 장담하지만 난 안 믿어요.

산안고개로 들어가는 길 옆엔 펜션간물들이 즐비하고 멀리 철원의 금학산이 뾰족하게 보인다.

 

올라왔으니 역시나 길은 없고 낭떠러지만...다시 내려간다.

오빠...내려갔다가 저기로 가요...위에서 명령을 하곤 나도 내려간다.

여길 올라가야하나보다 생각했는데 이곳도 아니더라.

길은 보이지않지만 구절초가 방긋거리니 잠시 무물다간다.

산부추도 참 많이 폈더라.

이런 바위밑을 지나가고

저 바위꼭지로 올라가야하는데 직등은 안되고 옆으로 돌아서 올라간다.

그러다 또 요 녀석을...지금 집에서 말리는 중...

정규등로에 접속하는 길을 확인 후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채취한 노루궁뎅이를 넣고 부대찌개에 아침을 든든히 먹었다.

1.5km를 1시간30분이나 걸려 올라와 정규등로에 접속한 후 표지판을 보니 등로없음이라 씌여있다...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오이풀

이곳엔 유난히도 미국쑥부쟁이가 많이 폈다.

 

올라가야 할 능선을 바라보고

팔각정에서 한 장 남기고 곧바로 여길 떠난다...사람들이 너무 많어요.

억새가 보이기 시작하니 사람들의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진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주니 은빛 물결따라 내 마음도 흔들거린다.
좋다.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하늘도 파랗고 왜 이렇게 좋은거야?

 

기분 좋게 한 장 남기고

또 한장 남기고

풍경도 바라보고

억새가 많이 죽었다.

 

승진훈련장에서는 굉음이 들려오고 멀리 화악산은 구름모자를 썼다.

파란 하늘이 참 이쁜 날이다.

구름 많다고하더니만 흰구름을 말했나?

벅두진님의 하늘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온 몸이 안긴다.

가슴으로,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미국쑥부쟁이가 조만간 억새밭을 점령해버릴것만같다.

삼각봉으로 가는 길...능선에서 보이는 풍경은 시원하고 망망대해에 오른 듯 사방이 탁 트였다.
명성산이 높은 산은 아니지만 주변에 산이 없어 조망이 너무나 좋다.

산정호수를 당겨보고...작은 오리배들이 두둥실 떠 있다.

 

 

 

시계가 좋아서 멀리 북한산까지 조망된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오빠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가 산정호수를 배경으로 한 장 담아준다.

 

화악산방향,

 

곤드레라고하는 고려엉겅퀴의 보랏빛 자태가 곱다.

왼쪽의 광덕산 조경철천문대가 빛나고 가운데는 국망봉이겠지?

각흘산의 방화능선이 뚜렷하고 이곳 명성산으로 넘어오는 약사능선이 눈에 들어오고 뒤로는 대성산이다.

물소리 맑아지는 가을에는
달빛이 깊어지는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에는
쑥부쟁이 꽃피는 가을에는

어인 일인지 부끄러워진다
딱히 죄지은 것도 없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가을에게
자꾸만 내가 부끄러워진다

-강인호 ‘가을에는’

하늘이 예쁜 날이라 자꾸만 눈이 하늘로 올라간다.

가운데 하얗게 보이는 곳은 승진 포사격훈련장이다.

 

구름모자 쓴 화악산

앞쪽 산불방화선을 가진 각흘산과 뒤로 광덕산

광덕산을 좀 더 당겨보고

삼각봉으로 가는 길목엔 어느덧 가을이라는 단어가 오고있었다.
초록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예쁜 빛..
그 빛이 너무 좋아 한 참을 머무르며 담고 또 담아보았다.
궁예봉 너머로 보이는 들판은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가고있다.

용담이라는 그릇속에 풍덩 빠져버린 꿀벌은 궁딩이를 하늘로 내밀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 채 꿀을 빨고있다.

구절초

다시 용담...이곳 등로에는 유난히 용담이 많다.

 

 

 

 

궁예봉뒤로는 철원의 평야가 노랗게 물들어가고있다...풍요로움.

삼각봉 명성산정상과 궁예봉이 차례로 보이는 곳.

궁예봉과 금학산 사이에 펄원 평가가 드리워져있다.

명성산을 오를 때 여기서 보는 이 풍경이 가장 마음에 든다.

 

 

신철원의 용화저수지가 한 가운데 보인다.

 

 

슬슬 가을이 내려앉을 준비를 하고 있는 약사령능선.

 

억새밭에 피어있는 용담.
오늘 꼭 만나고 싶었던 자주쓴풀을 만난다.
그리고 삼각봉까지 쉬지않고 올랐다.
명성산 정상은 여기서 지척이지만 가지않으려한다.

파란 하늘아래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날이다.

풀숲에서 만난 자주쓴풀...

산부추

자주쓴풀...뿌리가 잎이 엄청 쓴맛을 낸다고하는데 이로 벌레가 접근을 못한다고한다.

지나 온 길을 뒤돌아보고

눈은 다시 앞으로 삼각봉과 궁예능선으로 내달린다.

 

승진훈련장에서는 전차들의 으르렁대는 소리가 요란하다.

 

빨간 모자에 구슬을 껴 안은 회나무열매

가야할 곳과

지나 온 길을 번갈아 바라보고

저기가 삼각봉? 아니구요.

명성산 정상과 궁예봉이 한 눈에 보이고 느렇게 익어가는 철원평야는 풍요로움이다.

 

 

 

 

삼각봉의 해태상이 반짝거리네.

12시40분...삼각봉에 도착했는데 오빠는 왜 오지않지?

삼각봉에서 명성산과 궁예능선을 바라보고

지나 온 길도 바라보고

한 참을 놀고있는데 그때서야 오빠가 올라온다...어디서 뭐하다 이제왔는지요?

포천시는 2008년에 명성산 정상과 620m 떨어진 삼각봉에 해태상을 설치했는데 시비와 선악을 판단해 안다고 하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는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수(神獸)로  승진훈련장에서의 사격훈련으로 억새밭에 화재가 자주 발생하였는데 산불화재예방을 염원하고자하는 뜻에서 설치했다고한다.

 

 

 

 

 

 

 

 

삼각봉만 보고 뒤돌아가면서 이번엔 자주쓴풀을 좀 더 찾아보기로한다.

 

암릉 아랫쪽으로 비탈길을 지나고

명성산에서 유일한 로프를 붙잡고 내려간다.

독활---바람에 흔들리지않는다해서 얻은 이름으로 땃두릅 또는 땅두릅이라고도한다.

키가 엄청 크고 뿌리는 한약재로도 사용한단다.

자주쓴풀 군락지에 왔다.
억새풀숲에 숨어있지만 워낙 예쁜이들이라 눈에 많이 띈다.

 

 

 

 

밤하늘의 별을 닮은 다섯개의 뿔을 가진 자주쓴풀은 그 맛이 용의 쓸개보다 더 강하다고한다.

별모양의 꽃받침에 자줏빛 줄무늬가 확실하여 붙여진 자주쓴풀은 오래전부터 위장을 튼튼하게해주는 약재로 쓰였다한다.

용담...용의 쓸개를 맛 본 사람이 있을까마는 그 맛이 용의 쓸개와같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용담이다.

억새밭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벌써 2시가 다 되어간다.
바람이 점점 시원해져가는만큼 태양도 뜨겁게 내리쬔다.
명성산 능선에는 그늘이 없다.
내리쬐는 햇빛을 고스란히 정수리로 받아내야만 한다.
하지만 더위보다도 은빛 출렁거림은 미소를 짓기에 충분하다.

용담의 꽃말은 '슬픈 그대가좋아'라고하네요.

걸어 온 길을 뒤돌아보고

 

억새밭으로 달려간다.

 

 

 

 

 

억새밭 사이로 난 데크길을 걸어간다.
명성산 억새는 갈수록 양이 줄어든다.
예전에는 키도 크고 잡풀도 적었었는데 이젠 미국쑥부쟁이와 며느리밑씻가가 억새밭을 점령해버렸다.
억새는 서울 하늘공원이 더욱 이쁘고 넓고 좋다.

모두들 여기가 명성산 정상인줄 잘 못 알고잇다.

이젠 억새밭으로 게단따라 내려간다.

 

올려다보고

내려다보고

 

 

 

 

궁예약수는 음용불가지만 콸콸 쏟아져나오더라.

 

 

 

 

 

 

 

 

 

 

 

 

 

내려오면서 억새꽃이 활짝 편 장관을 바라본다.
억새는 이곳이 가장 이쁘게 폈다.

 

 

 

전망대

 

 

 

 

 

 

 

 

 

 

 

 

 

 

 

 

 

 

 

 

 

 

 

 

 

 

은빛 물결이 출렁거리는 이쁜 날이다.

 

 

 

 

명성산 억새바람길의 끝.

 

 

 

주차장까지는 3km가 조금 넘는다.
내려가는 길은 그늘이고 계곡을 지나면서부터는 단풍나무 터널이다.
단풍이 곱게 물들즈음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겠다.

 

 

등룡폭포

 

 

산정호수로 걸어가며

 

 

 

수확한 노루궁뎅이

 

가을 하늘과 바람
억새와 함께 한 오늘 하루도 소중한 선물이다.
자연과 더불어 지낼 수 있음이 얼마나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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