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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한라산~이정도면 대박이지? (1부-관음사에서 백록담까지)

by blue13sky 2022. 8. 12.

월요일 아침.
바람은 잦아들었지만 한라산통제는 여전하다.
수많은 날 중에서 하필이면 오늘 날씨가 왜이래?
배낭을 꾸려 밖으로나오니 어두컴컴하다.
요즘 해뜨는 시간이 늦어졌으니 그럴만도하지.
차는 어둠을 뚫고 숲길을 달려 40분만에 암튼 관음사입구에 도착해서 삼각봉대피소까지만이라도 다녀오기로하고 7시20분경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일 : 12월13일(월)
산행코스 : 관음사주차장-삼각봉대피소-백록담-진달래밭대피소-성판악주차장

 

 

 

 

 

 

 

 

관음사탐방센터에서 체온측정을 하고 QR코드를 찍고 7시20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하루 입장인원은 성판악 1천명 관음사 5백명이다.

관음사코스는 한라산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620m에서 시작하여 구린굴을 지나 탐라계곡까지는 완만한 산책로수준이라 걸음걸이가 빠르다.

 

탐라계곡의 물은 거무퉤퉤하다.

초반엔 오빠뒤를 쫓아서...걸음걸이가 어찌나 빠른지..

모노레일이 지나가고

숯가마터를 지난다....앞에서보고 윗쪽에서보고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한 후 높은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이 지점이 멘주기 촐리란 곳이란다.
멘주기란 뜻은 제주어로서 올챙일란 뜻이며 촐리란 말은 꼬리란 제주어라고한다.
이 곳은 동탐라 계곡과 서탐라 계곡이 합쳐지면서 올챙이 꼬리처럼 길게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탐라계곡 목교에서 잠시 휴식...여기서부터 가파른 등로가 이어진다.

좌탐라계곡과 우탐라게곡사이로 등로가 이어지고...나 먼저 올라가고 동생들과 오빠는 저 멀리서 얘기중인지...

탐라계곡대피소는 적설기 한라산 관음사코스를 등산하는 산객들에겐 중요한 휴식처다.

 

조릿대가 온산을 잠식해버리면서 다른 식물들을 위협한다...잠시 뒤 오빠와 동생들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난 또 앞으로 나아간다.

한라산 1100고지에서 만날 수 있는 원점비...검은베레모의 혼이 머무는 곳..
지금은 오빠도 동생도 모두 뒤에서 올라오고있으니 다녀오면 얼추 만날 수 있겠다싶었다.
1982년 2월5일 특전사대원들을 수송하던 공군기가 기상악화로 이곳 개미등에 추락하면서 53명의 청춘들이 생을 마감한 것을 기념하기위해 세운 원점비로 가는 길목의 숲속은 조용했고 숨진 영령들을 위로하는 듯 사락사락 진눈개비도 좀 흩날리면서 상고대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삼각봉으로 오르는 개미등에 자라는 해송군락지에도 희미하게나마 상고대가 보이기시작하고

나무에 매달린 빨간 리본은 혹시나 길을 잃을것을 염려하는 표식이라고...

뒤돌아나와 동생들과 만나니 오빠는 컨디션난조로 뒤돌아내려갔다고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4남매가 아닌 세자매의 한라산 등반기가 되어버린다.

이렇게나마 상고대가 보이니 발걸음은 조금씩 늦어진다.

하기야...오늘은 삼각봉대피소까지만이라했으니 부담도 없고...

오빠의 모습이 보이지않으니 왠지 허전해보인다.

동생들은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지않기에 내가 막무가내로 우기면서 다닌다...늘 그렇듯이.

가다가 잠시 멈춤이 필요했다.

위로갈수록 상고대는 점점 두꺼워지고잇었으지만 숲속에 가만히 앉아 담아보는 이런 사진도 좋았다.

 

막내동생은 나하고는 9살차이...내가 초등학교2학년때 태어났다.

아침에 학교에 가라는 걸 무시하고 문틈으로 살짝 동생이 태어나는 모습을 엿보았던 때가 기억난다.

그리곤 내가 업어 키웠지...ㅎㅎ

 

탐라계곡을 지나면서부터는 개미등이라 불린다고..

완만한 오름길이라 부담이 없다.

한라산이 처음인 나는 겁부터 먹었을지도...

너무나 쉬운 길에 웃음꽃이 함박꽃마냥이다.

지금은 바람도 불지않고 춥지도않고 등로도 편안하고...어려운 코스라는 말도 이해가 안되는 구간이고

이렇게 조용한데 강풍으로 정상등반통제라니 말이 돼???가면서도 중얼중얼,,

막내동생은 한라산이 두번째...산행 경험은 없지만 매일 12층을 걸어서 올라간다고...대단한 동생이다.

둥 다 늘씬늘씬...키도 나보다 훨씬 크고

산행경험이 가장 많은 내가 제일 힘들다.

 

 

 

 

 

 

낼모레면 오십줄에 들어서는 막냇동생의 앞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네.

탐라계곡을 지나면서 개미등을 오르고 웃고 사진찍고 상고대 눈꽃을 구경하다보니 삼각봉대피소가 보이기시작한다.

 

 

 

 

 

삼각봉대피소는 2007년 태풍 나리로 유실된 용진각대피소를 대신하기위해 세워졌다고한다.

관음사주차장에서 삼각봉대피소까지는 6km...꼬박 3시간 걸렸다.

정상으로 오르는 문은 기상악화로 통제되어 문은 굳게 닫혀있다.
운무에 가려 삼각봉도 보이지않고...

주변산객에게 부탁해서 인증샷도 찍고

 

문은 굳게 닫혀있어요.

못 올라간다고 울고있는 막내를 혼내는 중...

못 올라간다고 시무룩해진 동생

운무가 가려버린 풍경들속에서도 하얀 상고대는 빛난다.

하지만 바람이 휘리릭 불어대더니 하늘에서 뭔가 꿈틀거리면서 나타난다...삼각봉이.
긴 설명 없어도 삼각형모양의 삼각봉이 하얀 옷을 입었다.
너니 할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함성을 질러~~!

하늘이 열리면서 왕관릉의 모습이 살짝 보인다.

삼각봉아래의 순백의 상고대

삼각봉옆으로 펼쳐지는 장구목의 풍경.

구름아 더 걷혀라,,,하늘이 조금만 더 열려라를 주문해보지만

쉽게 보여주질않고 속만태우네.

그래도 이 만큼이라도 어디냐고 다들 기뻐하고 좋아하고 난리다.

그러는 찰라 삼각봉이 모습을 드러내고

다시 운무로 덮히기전에 더 많이 모습을 담아보고자 마구 눌러댔다.

멋진 모습의 삼각봉뒤로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장구목오름이다.

동생들 불러세워놓고 삼각봉의 모습이 사라지기전에 담아본다.

동생들과 여행을 다니면서 날씨는 늘 우리편이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사진찍고 어영부영 놀다보면 또 알아?

정상으로 향하는 문이 열릴 수도 있을거야.

꿈과 희망은 늘 품고 사는게 좋지.

안 되면 뭐,,,다음에 또 오면되지.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멋지지않아?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

뒤돌아가서 사진보면서 그때의 감흥을 또 떠올릴 수도 있고

천만다행이다,,,이 만큼이라도 볼 수 있었다는 게 어디냐?

왕관릉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장구목오름

산호석보다도 더 하얗고 더 투명한 상고대

 

뾰족하게 솟아오른 삼각봉의 모습은 잊혀지지 않을거다.

 

넋을 잃고 바라봤다.

그 모습이 사라질까봐 조바심도 났다.

삼각봉의 화려한 등장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있는데 흘러나오는 한 줄기 음성...
강풍주의보해제~~
정상 등반가능~~!!
이번엔 더 큰 목소리로 여기저기 난리가 아니다.
얏호~~~!
거봐거봐~~~
내 예상이 딱 들어맞잖아?
방금 뒤돌아 내려간 사람들은 우짤꼬?
다들 한 마디씩 내뱉으며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삼각봉도 사라졌다.
삼각봉옆을 지나 용진각현수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아까보다 더 환한 웃음을 짓고

더 신나게

너무 좋아서 눈까지 감아버린다.

삼각봉동벽아래는 낙석방지를 위해 철조망을 씌워놨다.

운무가 잠식해버려 삼각봉의 모습은 보이지않지만 희미하게나마 저 높이 아찔한 절벽만이 보인다.

 

 

 

 

 

 

 

 

탐라계곡을 가로지느는 용진각현수교를 지나면서부터는 계단길이 시작된다.

운무로 현수교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백록담쪽으로 흘러내려오는 탐라계곡

관음사쪽방향의 탐라계곡

조망은 없지만 온통 새하얀 상고대꽃밭이다.

 

 

 

용진각현수교를 지나면서 계단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하얀 상고대 터널을 만나게된다.
운무가 쌓여있어 삼각봉의 모양은 보이지않는다.

날이 좋으면 현수교너머로 삼각봉이 보일텐데...

저 너머로 왕관릉이 보여야하는데...

아쉽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안보여도 그냥 좋은 오늘이다.

붙어있지말랬더니 등을 돌리고

이젠 등을 맞대고 서 있다.

 

 

 

옆사람에게 사진 한장 부탁하고

 

태풍 나리로 소실된 용진각대피소주변은 백록담과 왕관릉 장구목이 삼각봉으로 둘러싸여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인데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대피소자리는 지금은 동계 산악훈련장으로 쓰인다고한다.

 

고도를 높이면서 서서히 북벽이 보이기도하고

하늘은 벗어질 듯 말 듯하면서 운무와 썸을 탄다.
계단을 오르는 양옆으로는 하얀 상고대를 뒤집어 쓴 구상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두 눈은 희미한 풍경을 쫓아 달려간다.

구상나무는 거대한 눈꽃을 이고지고 있다.

 

 

올라오는 사람들 모두가 가다쉬고가다쉬고를 반복한다.

사진을 찍는 순간은 잠시 심장박동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좋다.

사진을 핑계삼아 잠시 쉬어가기.

이 계단만 올라가면 좀 편해질까 생각하면서 허벅지에 힘을 더 준다.

올라가서 기다리는 중,,,언니들 빨리 오란다.

위로 올라가면서 상고대의 향연은 더 아름다워지고

그만큼 내 두 손은 더 바빠진다.

아이고 힘들어 죽을 맛이다,,,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돌아간다.

심장은 팔딱거리지만 두 눈은 너무나 즐거워.

힘들지...어렷을때부터 무릎이 많이 아픈 동생이다.

나도 힘들지만 브이를 내세우며

오르고

 또 오른다.

올라갈수록 설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계단을 오르면서도
숨을 헐떡이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에 입가엔 미소가 활짝 핀다.

 

 

 

 

 

 

 

운무가 점점 다가온다.

 

상고대는 점점 더 커진다.

구름이 몰고 온 수증기가 기온이 내려가면서 나뭇가지에 달라붙으며 아름다운 상고대를 만들어준다.

이젠 등로는 평탄해지고

 

운무뒤로 장구목의 모습도 드러난다.

좀 더 당겨 본 장구목오름.

백록담 북벽에서 이어지는 장구목

 

윗세오름에서 보이는 장구목까지 오르는 길도 보이던데.

운무가 넘실대는 풍경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핼기장이다.
이제부터는 한라산의 북벽을 바라보고 완만하게 매려서는 장구목오름을 바라보며 흥을 돋운다.
운무는 장구목을 넘어올 수 없나보다.
아니 감히 넘겨다 볼 생각을 못하나보다.
운무가 없으면 제주시내의 풍경을 볼 수 있겠지만...

왕관봉기점인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입이 쩌억 벌진다.

언제나 이랗게 활짝 웃고살수만은 없지만 그래도 많이 웃자.

엄마가 이 모습보면 많이 좋아할거야.

식구들이 모이면 늘 엄마사진 한 장 놓고 얘기꽃을 피운다.

아마 오늘 밤도 옛 옛기를 나누며 4남매의 웃음꽃이 식탁위에 펼쳐질것이다...늘 그랬어.

너무 멋진 풍경에 벌어진 입은 주체를 못하겠지?

파란 하늘이 열리고 내게 보내 준 한라산의 선물이다.

참 많이도 찍어댔다.

단 한 순간의 표정도 버릴 수 없는 시간이다.

하얀 얼음꽃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백록담의 북벽...손으로 직접 만져보고싶은 충동을 느낀다.

 

 

 

 

 

 

 

당겨 본 장구목

당겨 본 북벽

장구목의 끝은 삼각봉으로 이어지나?

 

 

 

 

 

 

 

 

 

 

 

 

 

 

 

 

 

 

 

 

 

 

 

 

 

 

 

이곳에서 사진을 얼마나 찍어댔는지 모른다.
아마 한라산을 오르면서 만났던 가장 멋지고 아름다웠던 곳이 아닐까.
발길이 떨어지지않지만 백록담에서 하산 시간도 정해져있으니 또 올라간다.

몇발자욱을 옮기다가 또 멈춰섰다.

 

 

 

 

 

모델 체인지.

 

 

 

 

 

세번째 모델...

 

 

 

 

 

 

 

 

 

 

오랜시간 머물렀던 헬기장을 따나고

운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풍경도 멋져부러...

 

오래 전 내린 눈은 수분은 모두 승화되어 사라지니 단단하고 발이 빠지지않는다.

 

 

 

 

난생 처음 가 본 한라산의 풍경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아름다웠다.
동생들과 오빠와 4남매가(위로 언니도 있지만 올해 칠순이라 빼고) 함께하는 제주의 여행의 끝판왕이라해야하겠지?
안나프르나까지 다녀온 오빠는 컨디션난조로 빠져서 결국엔 세자매끼리만 백록담을 올랐다.
두고두고 곱씹어먹을거리하나 만들었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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