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는 어마어마한 눈이 내렸다고 떠들어대니 확인하러 광주 무등산으로 달려간다.
물론 대중교통이구.
용산역에서 5시10분 첫 열차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내린다.
일단 아침을 설렁탕으로 해결하고 전철을 이용해 금남5가역까지가서 원효사로 들어가는 1187번 버스를 타려다 택시로 탈 것을 바꿔 원효사입구까지 간다.(택시요금은 12600원)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하얀 솜들...
택시기사님...이런 풍경을 보려고 겨울 산에 오르나보다...합니다.
오늘 산행코스는 원효사-꼬막재-규봉암-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을 거쳐 대중교통이 편리한 증심사로 하산하는거였는데 결과는 이렇게...그래서 이번에도 웃픈 에피소드가 만들어진다.
산행일 : 12월25일(일)
산행코스 : 원효사-목교-서석대-입석대-장불재-규봉암-꼬막재-원효사(약14km)
9시...택시는 이곳 주차장앞에서 내려주고 잠시 길을 따라 원효분소가 있는 곳까지 걸어간다.
9시 24분...국공직원들은 차가 계속 올라온다고 투덜거린다.
꼬막재로 갈 수는 있냐 물으니 자기네들이 그걸 어찌 알겠냐고...그러면서 눈이 많이 쌓여있어서 아마 못 갈거라고 하니 그쪽으로 가기 싫어했던 오빠는 옳거니 한다.
어쩔 수 없이 꼬막재는 오늘도 안되나보다하며 무등산 옛길을 따라 오른다.
숲길로 들어서자마자 반기는 하얀 눈폭탄에 내 입은 벌써부터 쩌억 벌어지고 우와우와~~만 반복해서 옹알이하듯 토해낸다.
나무마다 하얀 솜이불을 덮고있으니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으려나?
몇발자국 가지 못해서 벌써부터 카메라 들이대기가 시작된다.
우리동네에 며칠전에 내린 눈은 눈이 아닌가벼...하면서 싱글벙글이다.
9시 40분... 금곡동 제철유적지에 도착했다.
눈뭉치를 이고 있는 소나무는 무거워 축 쳐졌다.
힘겨워하고 있는 소나무 즐거워하고있는 나.
금곡리 제철유적지...이곳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김덕령의 의병활동과 관련되어있으며 무기를 만들던 곳이라고한다.
잠시 이곳에 머물다가 올라가는데 더워...웃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나무마다 돌덩이마다 하얀 눈을 수북하게 이고 있다.
하늘은 온통 회색빛...오전엔 흐리다고했으니 당연하겠지만 이런 날은 일기예보가 맞지않아도 좋을 날인데.
색이라곤 검은색과 흰색뿐인데 유독 나만 빨갛게 홍일점으로 남는다.
하얀 눈세상속에 갇혀버린 듯...
흑백사진처럼 보이는 풍경에 마냥 신나기만했다.
ㅎㅎㅎ무슨 형상을 닮은 듯하여 담아본다.
이렇게 놀다가 언제 올라가냐구요.
오늘따라 재촉도 안하네.
아직은 바람도 불지않아서 좋다.
신난 건 오빠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사진 찍고 놀고있는데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네.
누구실까?
눈밭에 뒹굴다가도 모자랄 판이다.
위로 올라갈 수록 하얀색은 더더더 하얗게 변한다...눈이 부시도록.
나무에 쌓인 눈을 털어내본다...나무도 가벼워져야지.
쌓인 눈의 무게가 버거워 나뭇가지들은 축축 늘어지고 부러지고.
아무도 가지 않은 하얀 도화지같은 곳으로 텀벙텀벙 뛰어들어간다.
떨어지는 눈.
오빠도 눈맞춤하고.
목표를 찾았으니
다시 또 들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앉아서...시원해.
눈구덩이에서 빠져나와서 걷다가 또 멈춰선다.
아이러니한 이 사진...분명히 폰은 내가 들고있는데 내 뒷모습이 찍혔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가지않는다.
서석대에 도착을 했지만 뵈는 게 없다.
23년 9월부터는 정상을 상시개방한다니 가을쯤에 다시 와봐야겠다.
정상인증을 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구름은 정신없이 흔들린다.
지금은 정상을 대신하고있는 서석대에서 인증을 하고
입석대방향으로 내려간다.
이때 갑자기 다운되어버린 폰을 살리고 다시 사진 촬영에 들어간다.
입석대로 내려가면서 뒤돌아보니 정상인증하려는 줄이 점점 더 길게 늘어나고있다.
대중교통이 비교적 원만한 무등산이다.
뭐...모든 코스가 원만한 건 아니지만.
원효사옛길에서 시작한 무등산 눈산행...눈폭탄이 내려진 눈밭에서 원없이 즐기고 놀다왔다.
하지만 원효사로 원점을 하게되면서 마지막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발생하게된다.
그래도 집까지 잘 왔으니 다행이고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충분히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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